보이스피싱 범죄,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2013년)]
"본인이 연결된 입금통장으로 부터 약 1억 6천만 원의 불법자금이 세탁이 된 상황이시고요. 불법자금이…"
[보이스피싱 조직원(202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팀에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검사예요. 전화가 종료됨과 동시에 전국에 수배가 내려지고요."
그리고 낯익은 이 목소리, 기억나실 겁니다.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원]
"고객님, 지금 개인회생 중이세요? 저희 쪽에 잠시 예치를 하시면 예치증서가 나옵니다."
대출상담원을 사칭해 서민들의 돈을 뜯어온 '김미영 팀장'입니다.
이 '김미영 팀장'을 만든 남성이 9년만에 필리핀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의 정체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을 잡던 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Q1. 저도 '김미영 팀장'이라는 문자메시지 받은 적이 있습니다. 피해규모도 어마어마하다면서요?
이번에 붙잡힌 50살 박모 씨가 '김미영 팀장'을 내세워서 보이스피싱 사기극을 벌인 건 지난 2012년부터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3천만 원까지 대출을 해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에 피해자들이 전화를 걸면 돈을 뜯어내는 방법이었는데, 뭐라고 했는지, 다시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원]
"저희 쪽에 잠시 예치를 하시면 예치증서가 나옵니다. 6개월 분 하시면 107만 9천 904원이시거든요."
3천만 원을 대출해주겠다면서 예치금이나 인지대금, 보험료 명목으로 100에서 200만 원 정도만 요구했고, 대출이 성사되면 환불까지 해주겠다는 얘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던 겁니다.
피해자만 2만 명이고, 박 씨 일당이 챙긴 돈은 400억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Q2. 박 씨는 전직 경찰관이었다… 수사경험을 사기행각에 악용한 거군요?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되기 전까지 박 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보이스피싱 수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수사했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자신이 만든 조직에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기존 중국동포들의 어눌한 발음으로는 범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콜센터를 개설한 중국과 필리핀 현지에서도 상담원들은 철저히 한국인들로 고용했습니다.
Q3. 9년 만에 붙잡혔다는 거잖아요. 그 오랜기간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거죠?
박 씨가 체포된 건 필리핀 나가시티라는 곳입니다.
수도인 마닐라에서도 차로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교민들도 거의 살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에서 박 씨는 2개의 가명을 써가며,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 로컬마켓을 운영하면서 철저히 신분을 숨겨왔습니다.
2013년과 2014년, 조직원 50여 명이 국내에서 잡혔을 때도 박 씨는 필리핀에 머물며 수사망을 피했는데, 현지 교민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뒤에도 오랜기간 도피행각이 가능했던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현지 교민]
"총책같은 경우는 사무실에 아예 안 나와요. 사무실 근처에도 안 가고. 사무실에는 밑에 젊은 한국인 조직원들을 고용해서… 돈을 많이 벌잖아요. 경찰 호위부터, 일반 경호원 10명씩 대동하고 차량 2대씩 다니면서. 그렇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은 거죠."
경찰은 도피기간 중에도 박 씨가 거액의 도박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Q4. 얼마 전엔 필리핀에서 한국인들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조직과 폭력조직 간 강력범죄도 일어났다면서요?
저희가 이번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또다른 사건 내용입니다.
지난해 10월, 마닐라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화면 속 총기를 들고 있는 남성이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 씨입니다.
현지 경찰은 김 씨를 둘러싼 남성들이 한국인들로 구성된 폭력조직원들이라고 파악했는데, 폭력조직원들이 김 씨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총기까지 동원된 겁니다.
급기야 위협을 느낀 김 씨 일행이 폭력조직원 한명을 차에 매단 채 빠르게 내달리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는데,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렇게 위험천만한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필리핀 현지 교민]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을 현금으로 쌓아놓고 있으니까 (폭력조직원들이) 납치를 하는 거죠. 납치를 한 뒤에 돈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죠. 풀어줄 테니까 얼마 줘라…"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관련자들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추가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군요.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